가끔, 부모님을 대신해서 동생 롤라에게 밥을 차려줘야 하는 찰리. 롤라는 콩하고 당근하고 감자하고 버섯하고 스파게티하고 달걀하고 소시지는 안 먹겠답니다. 그리고 특히 토마토는 절대 절대 안 먹는다고 하죠.
찰리는 궁리를 합니다. 당근은 당근이 아니라 오렌지뽕가지뽕, 으깬 감자는 감자가 아니라 구름보푸라기. 콩은 초록방울, 생선튀김은 인어들이 먹는 바다얌냠이, 토마토는 달치익쏴.,,
과연 롤라는 토마토를 먹을까요?
능청스러운 개나 엉뚱한 새는 없지만 찰리와 롤라가 펼치는 신변잡기적인 고민과 UFO적인 해결법들이 그림책이라는 매체가 어떻게 이 시대에 적응해 나갔는지 좋은 예시가 될 것도 같다.
글, 페인팅, 디자인으로 시작된 출판 매체를 TV, 음반, DVD 등으로 넓혀 가는 미디어 확장 방식 면에서도 로렌 차일드의 방식은 찰스 M. 슐츠와 많이 닮아 있다. 찰스 M. 슐츠도 몇 컷짜리 신문 만화로 시작해서 만화책, TV시리즈, 캐릭터를 적용한 각종 상품들과 재즈 음반, 만화 영화 등 One Sauce Multi Use의 굳은 본보기를 그의 일생을 통해 보여 준 적이 있지 않은가.
처음에 사람들은 옛날 이야기나 웃긴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등을 주고받으면서 오락거리 및 기타 등등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삼았다. 이것이 컨텐츠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가 문자라는 매체가 발명되면서 이야기를 글로 적기 시작했고, 원본을 보존하면서 전달하고 확산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을 다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출판 기술이 추가되었다.
글이 주는 효과를 좀더 풍부하게 만드려고 글에 곁들이는 그림이 사용되었고, 책을 만드는 기술도 요모조모 개발되었고, 그림이 극대화되면서 그림책과 만화가 만들어졌다. 그림책과 만화는 이야기에 또 다른 효과들을 발생시켰다.
그림책이나 만화나 사진을 보다 촘촘하게 이어서 생생하게 만드는 것, 즉 스틸을 이어서 움직이게 하는 것, 살아있게 하는 것, 즉 애니메이션 기술이 추가되었다. 이야기가 살아 움직이고, 생생하게 소리도 들리니 오감이 만족을 한다. 또 다른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여기에 전파 기술이 발달하면서 컨텐츠를 원거리로 송수신하는 TV기술이 나옴에 따라 방송이 발전한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이 추가되면서 이제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생겨났다. 인터넷은 글, 그림, 소리, 애니메이션, 영화, 방송 기술을 모두 구현하고 대용량 데이터의 저장과 함께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며, 현실 세계의 모든 정보를 집적하고 모든 개체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현실을 그대로 복제하다 못해 또 다른 현실이 되려고 한다. 유저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또 다른 현실, 즉 시뮬레이션이다.
다시, 로렌 차일드로 돌아가면, 1967년생 영국 작가 로렌 차일드는 16살때부터 아버지가 예술 책임자로 있는 말버로우 컬리지의 세인트 존스 스쿨에서 수업을 들었다. 런던 아트스쿨에서도 잠깐 공부했고, 아이들을 위한 도자기 디자인, 그림 작가 Damien Hirst의 어시스턴트로 일했는가 하면 배우 앤드류 세인트 클레어와 전등갓 회사를 차리기도 했지만 상업적인 성공을 이루지는 못했다. 1998년부터 2003년 사이에는 디자인 에이전시 '빅 피시'에서 일했다.
1999년에 <I Want a Pet!>과 <Clarice Bean, That's Me>를 출간했고, 이 책으로 네슬레 스마티즈 도서상 최종심사에 오르기도 했다.
2000년에 <나는 토마토 절대 절대 안 먹어>로 케이트 그린어웨이 메달을 땄고, 2002년 <That Persky Rat>로 네슬레 스마티즈 도서상을 수상한다. 그리고 같은 해 그녀의 첫 번째 어린이 소설 <Utterly Me, Claries Bean>을 탈고했다. 그녀의 두 번째 소설인 <Clarice Bean, Spells Trouble>은 2005년 브리티시 도서상 어린이책 부문 최종심에 오른다. 세 번째 소설인 <Clarice Bean, Don't Look Now>가 2006년 출판되었다.
그림책 <찰리와 롤라>시리즈는 Disney와 CBBC(Chidren's BBC)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타이거 어스펙트(http://www.tigeraspect.co.uk/)에 의해 TV시리즈로 만들어졌고, 로렌 차일드는 책임 PD로 일했다.
이 시리즈는 시즌 3에 26편의 에피소드가 수록되었고, 음반도 있고, 2개의 스페셜 판도 있다. 여기에 또 하나 새로운 점!
TV시리즈의 내용을 다시 그림책으로 출간하는 새로운 컨텐츠 생산 방식도 나왔다.
로렌 차일드가 직접 그리거나 쓰지 않았음에도 TV시리즈의 스크립트들이 역으로 다시 로렌 차일드의 이름으로 출판되고 있는데 그 속도는 한 달에 한 권씩, 한 달에 두 권씩도 출간된다. 로렌 차일드라는 이름이 브랜드가 되는 순간이다. 현재 국내에서 출판된 로렌 차일드의 여러 그림책들이 이런 사실을 책머리에 표기하고 있다. <뽀롱뽀롱 뽀로로>의 방송 스크립트를 그림책으로 다시 만드는 방식과 똑같은 것이다. (생각난 김에 뽀로로는 책을 좀더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 요즘은 좋아졌는지 모르겠지만 초기에는 정말 너무했었다 ㅡㅡa)
이쯤되면 대충 눈치를 챌 수도 있을 것 같다. 출판도, 영화도, 방송도, 음악도 매스 미디어 시스템 안으로 편입되면 작가 혼자만의 작업은 더이상 아니다. 요즘은 팝업북까지 내고 있는 작가의 저서는 이래저래 묶고 연결하여 오늘 현재 아마존에서만 108개다. 10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적지 않은 베스트셀러를 발표했다. 요즘은 숫자놀이, 반대말 놀이 등 에듀테인먼트 상품도 나오고 있다.
원작이 갖고 있는 톡톡 튀는 감각과, 생활 속 아이들이 밀접하게 닿아있는 문제의 발견과 유머러스한 해결법 등이 로렌 차일드 작품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TV시리즈나 팝업북, 에듀테인먼트로 컨텐츠를 확장시키거나 변용하는 데 있어서도 이런 작가의 미덕은 빛을 잃지 않는 것 같아서 내심 다채롭구나 생각한다.
찰리와 롤라
http://www.bbc.co.uk/cbeebies/charlieandl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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